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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라면 가리지 않고 보던 소년 시절에 방영될 때는 빨강머리 앤은 내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대화에 담긴 의미도 모르고 보면서 흘려버렸던 작품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던것이 고교 졸업 후인 '95년 당구장 일하면서 유선 방송으로 한꺼번에 몇편씩 보게 되면서 기억에 남을 명작으로 삼게 되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앤이지만 커스버트 남매의 무한한 사랑이 내 머릿속에 크게 자리잡는다. 그 사랑은 메튜(토마스)의 심장이 안좋다는 것을 앤에게 알리지 않고 지내는 데서 더욱 부각된다. 수다스럽고 못생긴 소녀가 지적이고 예쁜 처녀가 되어가는 성장물로서의 시점은 아무래도 좋을 정도다. 어쨌든 이 작품으로 인해 작가 루시 M. 몽고메리 여사와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는데 특히, 감독의 경우는 같은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보다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물론 반딧불의 묘에서 그릇된 일본인으로서의 피해의식에 실망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은 좋아한다. 올해 다시금 이 작품을 보면서 뒤늦게 앤의 성우 '정경애'씨가 부군 '장세준'씨와 함께 '97년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번에 본 DVD판 빨강머리 앤에서 두 씬에 대해 무척 이상하게 여겼는데, 그 씬의 특징은 앤의 성우를 다른 사람이 맡은 듯 굉장히 어색했다는 것이다. 마치도 다이애나 성우분이 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는 느낌이랄까... 정말정말 늦었지만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두분의 명복을 빈다. ![]() 빨강머리 앤은 내 소년시절을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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